<The Beatles in Mono> 구매기 - 영국 사과와 미국 사과 등가 교환
- 백수입니다. 비틀즈? 제 인생의 밴드라고 자부해요. 9월 9일. 괴로운 날이었습니다. 일부러 외면했거든요. 박스셋 같은 거 나중에 좋은 시절에 다 살 수 있다고 자위하면서요.


- 엥? 근데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더군요. 모노 셋이 품절 임박? 슬슬 온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하면서 재고를 파악하고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괴로워하는 저를 보고 옆에 계신 분께서 뭘 그리 고민하느냐며, 간단히 저에게 말했습니다. '질러라.'


- 일단 지르려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습니다. 하지만 곧 마음이 무거워졌어요. 모 게시판에서 정보를 얻은 교보10% 쿠폰을 이용할 생각이었거든요. 4만 원 돈이 절약되는 거니. 하지만 품절. YES24, 알라딘, 향뮤직, 인터파크 다품절 품절! 마음은 저 깊이 심해를 향해 꼬르르륵.


- 최후의 방편으로 오프라인 매장 전화질을 시작했습니다. 교보 광화문에 전화하니 품절이나 세 군데 재고가 있다고나온대요. 성남 - 품절. 대학로 - 품절. 아악! 마지막 수유점. 마지막 남은 1개! 얼른 예약 걸고 바로 뛰어갔습니다.


- 수유. 서울 서남권이 서식지인 저에겐 진정 먼 곳이더군요. 꾸역꾸역 갔습니다. 마음은 이미 모노 박스셋을 가슴에품고 있었기에 그런 기다림도 참을 수 있었어요. 수유 핫트랙스는 규모가 작더군요. 그곳엔 '마지막' 모노 박스셋이 저를 기다리고있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것을. 진작 지를 것을. 왜 난 그리 헛된 외면과 고민의 시간을 가졌던가. 반성했습니다.


- 주 서식지인 홍대로 돌아와 늦은 점심을 먹고 행복한 마음으로 오픈케이스하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였다면 얼마나행복한 결말이었을까요. 삶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더군요. 낯선 수유에서 익숙한 홍대에 가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나오려 하는데,세상에. 주머니에 있어야 할 아이팟 터치가 없어요. 가방을 털어도 없어요. 눈앞이 흐려지며 현기증이 납니다. 식은땀이 흘렀어요.가까스로 정신을 차려 기억을 더듬어 봅니다. 수유에서 잠깐 스타벅스에 들렀는데 아무래도 거기에 떨구고 온 모양입니다. 전화를했더니 없대요.


- 당연히 가망이 없는 걸 알면서도 꾸역꾸역 다시 수유 스타벅스로 갔습니다. 이건 현실이 아닐 거라고 생각하면서요.저와 겨우 일 년여를 같이 한 애플 아이팟 터치 2세대 32기가.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아아. 당연히 없죠. 헛되지만눈으로 확인을 해보고 싶었던 거에요. 공들여 세팅한 어플들. 그 안의 메모들. 기록들. 모두 한순간에 증발해버렸습니다.


- 영국 APPLE사의 <The Beatles in Mono>와  미국 APPLE사의 <iPodTouch 2nd Generation 32G>는 그렇게 등가 교환되었습니다.(물론 총 지불 금액은…. 뻐끔뻐끔….) 이쯤되니 그 가슴으로 안고 싶던 박스 셋도 보기 싫더군요. 심드렁한 마음으로 케이스를 뜯어내고 속을 확인했습니다. 니까짓게 뭔데!거칠게 하나하나 뜯어봤어요.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걸 막을 순 없었어요. 그래요. 그냥 물건을 잃어버린 거 아닙니까. 단순하게생각하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아무래도 다른 mp3따위 듣지 말고 경건하게 CD로 비틀즈만 들으라는 계시라고 생각해야겠어요.


- 처음 뭘 들을지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은 <페퍼상사>로 결정했습니다. 지금 들으며 이 글을 쓰고있습니다. 일단 구CD 버전과 상당히 큰 차이가 느껴져요. 각종 악기들의 입체감이 분명 달라졌네요. 들리지 않던 소리도들리네요. 지금 막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Reprise)>가 나왔는데분명 들리지 않던 폴의 목소리가 전면에 나오네요. 당분간 모노 앨범들을 들으며 마음을 달래봐야겠어요. 조만간 오픈케이스 사진들도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 아니 아직도 안 지르셨다고요? 진정 품절 임박입니다!








P.S. 이런 생각을 정말 안 하려고 했지만. 나비효과란 정말 무서워요. 그냥 순순히 지름신에 굴복하여 인터넷으로 구매했다면10% 할인에 아이팟을 잃어버릴 일도 없었겠죠. 하지만 지름신에 저항한 결과는 10% 비싸게 구매하고 아이팟까지 분실. 지름신은진정 자비가 없어요.
by believeinme | 2009/09/14 01:31 | + 중얼거리는 이야기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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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딸기뿡이 at 2009/09/14 04:07
'나비효과'란 말이 마치 '위협'처럼 느껴지는데요? 옾느 케이스된 사진까지 올라오면. 으악!
안 그래도 이웃분들 하나둘씩 다들 사셔서 사진 올리시는데, 이거 이거 버티는 데도 한계가......
Commented by 큐팁 at 2009/09/14 11:17
일본아니면 불가능한 부클릿 인쇄 퀄리티,
비틀즈 컬렉터도 몇 군데 외에는 오류를 발견하지 못한 아트웍 재현도,
그리고 모노의 매력을 가능한한 최대로 뽑은 리마스터링 등등 진정한 명품입니다.

공들이신 아이팟 라이브러리 분실과 비견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앞으로 비틀즈 CD 리마스터링은 이 이상이 나오기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Commented by katcat at 2009/09/14 13:07
와 부러워요.... 정말 (애플과 애플을 맞바꾸셨군요. 제가 다 속상하네요.. )
Commented by 꿈의대화 at 2009/09/14 13:53
우왁 32G라니...ㅜ.ㅜ
Commented by 모나카 at 2009/09/15 16:48
원래 지름신님께 거역하려 하시면 안 되는 겁니다!
그나저나 32G짜리라니... 정말 눈물이 앞을 가리는군요.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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