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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여행을 가는 편입니다. 그 여행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뉘죠. 일단 계획 여행입니다. 시간을 두고 미리 역전의 용사들을 섭외한 후, 그 인원에 맞는 철두철미한 여행준비를 합니다. 이 여행은 일단 마음이 놓입니다. 어떤 일이 발생할지 미리 알 수 있으므로 마음 편하게 휴양하고 다녀오는 여행입니다. 하지만 역전의 용사가 배신(?)을 하면 여행 계획은 크게 틀어지게 됩니다. 또한 들르기로 한 식당이 폐업을 한다든가 하는 사고가 발생하면 여행 자체가 꼬여서 쉽게 피곤해지기도 하죠. 기대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기대감이 만족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피곤하기만 할 뿐이죠.
- 다른 하나는 즉흥 여행입니다. 어딘가 가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상황에서 발생합니다. 친구와 방에서 뒹굴다가, 혹은 술을 마시다가 의기투합하는 겁니다. 츄리닝에 슬리퍼 차림이라 해도 상관없죠. 우연의 우연을 거듭하여 이야기는 여행으로 흘러가고, 결국 모두의 머릿속에서 '실행'이라는 단어에 파란불이 들어오면 바로 떠나는 겁니다. 마치 물잔에 물이 한 방울씩 떨어지다가, 최후의 한 방울이 표면장력을 깨뜨려 흘러넘치듯 말이죠. 물론 최후의 한 방울은 '떠나자!'라는 말이고요. 아무 계획이 없기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누구도 모릅니다. 그래서 형편없이 고생만 하고 돌아올 수도 있죠. 하지만 기대랄 게 거의 없기에 하찮은 짓만 하고 돌아온다 하더라도 그 어떤 여행보다 뇌리에 깊게 새겨지게 됩니다. 저는 아직도 후자가 더 즐겁군요. - 이번 여행은 사실 계획 여행이었습니다. '청평에 가서 웨이크보드를 타고 고기를 먹고 돌아온다.'가 콘셉트였습니다. 계획대로 웨이크보드를 1년 만에 잘 탔습니다. 일은 그 다음에 일어났죠. '고기를 먹자'라고 막연히 생각했지, 일행 누구도 어디서 무얼 먹는다에 대한 생각 자체가 없었던 거에요. '샵 주인에게 근처 맛집을 물어보자, 네이버에 물어보자, 아니다, 가자 서울로' 등 다양한 의견이 난무했습니다. 그러던 중 누군가의 한 마디. '횡성이라면 어떨까?' 이 한 마디에 모두 서둘러 차에 타고 무작정 횡성으로 출발하였습니다. 마치 귀신에 홀린 듯 말이죠. 계획 여행 중 즉흥 여행이 완성된 순간이었죠. 그렇게 먹었던 고기의 맛은? 오랫동안 고대했던 시간이 없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최고의 맛이었습니다. 아무리 고기가 1++ 한우라고 하더라도 1달 전에 미리 가고자 결정하고 기다렸다면 과연 이런 맛을 느꼈을까 싶었어요. - 아무래도 점점 나이가 드니 즉흥 여행을 떠나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다들 어딘가에 얽매인, 출근을 해야 하는 직장인이고(물론 전 상관 없...) 몸도 전과 같지 않아서 먼 거리를 이동한다는 게 부담스럽기만 하죠. 여행지에서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해프닝은 이제는 피하고 싶은 사고일 뿐일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직 즉흥 여행을 떠날 수 있고, 또한 그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다행스러웠습니다. - 앞으로 제 인생의 즉흥 여행은 얼마나 될까요?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어떤 신나는 일을 겪게 될까요? 물론 자주 떠날 수는 없겠죠.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니 앞으로의 삶이 그리 지루하지만은 않겠구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자, 언젠가 한 번 같이 떠나보지 않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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