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 레스토랑 캐셔가 노트북을 바닥에 떨궜습니다

 - 지난 월요일이었군요. 졸업예정자인 고로 취업준비에 스트레스가 차오를 만큼 차올라서 영양보충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연어를 마음껏 먹어줄 수 있는 홍대의 모 패밀리 레스토랑에 갔습니다. 고객을 매우 중요한 사람으로 여긴다고 착각할 만한 상호를 가진 그곳이죠.


 - 주문을 하는데, 그 업소 특성상 셀러드바에 가느라 자리를 비울 일이 많아서 그런지 테이블에 귀중품을 보관해 준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더군요. 마침 제 가방 안에는 노트북과 아이팟이 있었고, 동행도 노트북이 있어서 보관을 부탁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그 안내문을 대체 왜 봤을까요. 아이고.


 - 연어를 원 없이 먹어줬던 만족스런 식사였습니다. 계산을 하고 캐셔에게 보관을 부탁했던 물품을 되돌려주길 부탁했죠. 계산대 바로 뒤에 있던 오피스에 캐셔가 들어가고 10초 정도 지난 다음,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그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우당탕탕, 빠직"

 - '빠직'...? 불안한 예감에 거의 반사적으로 오피스에 뛰어들어간 순간, 시각 정보가 보내주는 참상을 뇌가 바로 인지하지 못하는, 아니 하기 싫어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1평도 안 되는 오피스 바닥에 제 가방에 있던 모든 물품이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빠직'하는 소리의 근원도 알 수 있었죠. 맙소사. 그건 바로 구매한 지 3주밖에 안 된 제 노트북이었습니다.


 - 보아하니, 선반에 제 가방을 놓아뒀던 모양인데, 캐셔가 사이드백인 가방의 어깨끈을 잡아당겼던 모양이더군요. 그러니 가방의 모든 물건이 밖으로 떨어졌을 겁니다. 캐셔는 상황파악을 못 하고 조금 죄송한 표정으로 AS에 필요한 모든 제반비용을 보상해 주겠다고 하더군요.


 - 오금이 저리고 가슴이 울렁이는 가운데 말 그대로 울고 싶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 노트북 안에 취업에 관련된 모든 파일과 수업관련 파일이 전부 들어 있었습니다. 또한 내일 당장(화요일)까지 제출해야 할 자기소개서를 그 노트북으로 작성해야 했고요. 게다가, 구매한 지 3주밖에 안 된 물건 아닙니까. 그리 쉽게 구매했던 녀석이 아니어서 대단한 애정을 쏟고 있었던 물건인데.


 - 정말 안간힘을 다해 화내지 않으려고, 소리치지 않으려고, 울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작동을 살폈습니다. 다행이 부팅이 되고 하드디스크는 문제없이 동작을 하더군요. 동행의 노트북은 별 이상이 없었고요. 아이팟도 정상작동을 했습니다. 외관은, 배터리가 분리되고 경첩부분에 찍힌 자국이 생겼습니다. 배터리를 감싸는 플라스틱이 일부분 파손되었고, 무엇보다 배터리와 본체를 연결해주는 고정부분이 부러져서 고정이 안 되더라고요.


 - 겨우 한숨 돌린 후, 캐셔에게 강력하게 요구했습니다. 똑같은 물건으로 새로 사내라고 조목조목 따지면서 요구했어요.

1. 취업 준비생이라 노트북이 없으면 원서 작성에 대단한 애로사항이 꽃핀다. 그 시간적 손해를 어찌 보상할 거냐.

2. 산지 3주밖에 안 된 물건이다. 대략 1.5M 높이에서 떨어진 것 같은데 외관의 손상뿐 아니라 정밀 전자기기인 고로 발생할 수 있는 혹시 모를 내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어느새 캐셔는 사라지고 부점장이라는 사람이 나타나서 몹시 죄송하다는 표정으로, 제 기분을 전부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고객의 말씀에 모두 동의하나 점장이 현재 자리를 비워서 자기 재량으로 어떻게 할 수 없다며 전화번호를 남겨달라더군요. 그 사람에게 더 이야기해봤자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 일단 연락처를 남기고 나왔습니다.


 - 황망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어디엔가 걸터앉아 담배를 폈습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밥을 먹으러 왔다가 오히려 스트레스를 얻게 되니 서럽더라고요. 흥분이 조금씩 가라앉으면서 극도의 피곤함이 몰려왔습니다.


 - 후에 점장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아까 부점장에게 말했던 그대로 이야기했고, 역시 똑같은 기종으로 새로 사내라고 요구했습니다. 나름의 프로세스가 있다나. 팀장에게 물어봐야 한답니다. 그렇게 몇 번의 통화 후, 새 기종으로 사준다는 확답을 받았습니다. 대신 2주 정도의 시간을 달라고 하더군요.


 - 일단 수락했고, 오늘이 목요일이니 4일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 연락이 없네요. 현재 노트북은 작동은 하지만, 배터리를 절연테이프로 본체에 고정해서 겨우 사용 중이고, 무선랜의 수신율이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같은 기종으로 비교 실험) 화요일 마감 지원서는 겨우 제출하긴 했군요. 사실 대단히 불편합니다. 갑자기 이상이 생길까 조마조마하면서 문서를 작성해야 하고 무선랜이 자꾸 끊어지는 현상 때문에 짜증이 나요. 왜 제가 이런 불편을 감수하면서 연락을 기다려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신경 써야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닌데 이러고 있습니다.


 - 오늘 점심 이후까지 연락이 없으면 전화나 문자를 보내볼 생각입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라도 이 사람들이 갑자기 말을 바꾸면 어떻게 대응하죠?  액땜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가혹하네요. 이렇게 몸과 마음이 바닥을 치고 있는 시기에는요. 아아.

by believeinme | 2007/10/04 11:31 | + 중얼거리는 이야기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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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gomount at 2007/10/04 11:54
보관을 지들이 받아놓고 실수했으니 분명히 같은 모델을 구입해줘야 할 것 같군요... 보관을 책상위에 하다니...ㅎ ㄷㄷ 사물함도 아니고..
Commented by decca at 2007/10/04 14:54
조합이 안 좋군요;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잘 해결되시길.
Commented by purplia at 2007/10/04 19:11
컥. 나 그 회사 지원했는데..@@
왠지 빌리빈미님의 상황과 캐셔 및 팀장 등등 그들의 상황 모두가
안타까워졌달까...

잘 해결될 겁니다. 돈워리!
Commented by moview at 2007/10/04 19:52
저런;; 기숙사에서 도둑맞은 제 노트북이 떠오르네요...

purplia씨는 저런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케이스 스터디를=
Commented by 지나가다 at 2007/10/06 07:16
요즘은 별게 다 공감이네.
주인장님 심정 절절히 이해하기 때문에 주인장님 타박하는 건 아닌데..이거 공감 올린 사람은 사람들 와서 그 캐셔 나가 죽어라 한마디 해주기를 바라는 건지 뭔지 도대체 의도를 모르겠네......
Commented by 바다키티 at 2007/10/06 07:46
지나가다가 글남깁니다.

저도 서비스업을 하는 입장으로서는 굉장히 직원측을 생각하면 몹시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만 -_-;;;;

님에게는 권리가 있고 그쪽 회사 사람들에게는 책임이란 것이 있죠!

보상받을것은 철저히 받으시고 꼭 그렇게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

제 노트북이었다고 생각하면 좀 무섭군효 ㅎㅎ
Commented at 2007/10/08 00:5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저도지나가다 at 2007/10/23 09:45
그쪽에서 확실히 보상을 해준다고 하고 기한을 명시했죠?
꼭 문서화시키시고, 통화내용 녹음하시기 바랍니다.
잘 풀리길 바랍니다.
Commented at 2007/11/01 13:16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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