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으로 바라면 이뤄진다?

 - '진심으로 바라면 이뤄진다.' 무엇인가를 바라는 욕구를 느끼게 되면서 귀에 들려온 말입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속담도 있죠. 너무 관용적인 말이라 이제는 그 의미가 맞바로 와닿지도 않네요. 하지만 좋은 문구인 것은 분명합니다. 귀감으로 삼을 만한 말이죠.


 - 하지만, 그리 길지 않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이 말을 서서히 불신하기 시작했습니다. 일, 가족, 인간관계 등 살아가면서 겪는 여러 가지 상황에서 이 말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고 있는 것이죠. 오히려, '진심으로 바라는 일은 이뤄지지 않는다.'라는 과도한 자기방어적 명제를 믿게 되는 것 같습니다.


 - 물론, 그 불신이 틀렸다는 혐의는 충분히 많습니다. '진심으로 바란다.'라는 부분에서요. 과연 좌절을 겪은 그 일에 관하여 나는 진심으로 진심으로 바랐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또한, 더욱 중요한 건 그 행간에 있는 '행동으로 옮긴다.'라는 점이죠, 양심에 비춰 진심으로 바라고 또한 행동으로 옮겼느냐는 물음에 섣불리 '네!'라고 대답하기란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문제일 겁니다.


 - 하지만 반대로 이런 생각도 듭니다. 사람들이 진심으로 바라는 일은 대개 겹치기 마련입니다. 한정된 재화를 배분할 수밖에 없는 게 인간사 아니겠습니까. 자리가 20개밖에 없는데, 100사람이 모두 진심으로 바란다면 80명은 필연적으로 좌절할 수밖에 없고 저처럼 저 문구에 대해서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 이쯤 되면, 이런 망상에까지 도달하게 됩니다. 저 문구는 단지 승리자들에게 유효한 교훈이며, 사회 구성원을 훈육하기 위한 거짓부렁에 불과하다고요. 승리자들에겐 자신들이 들인 노력과 바람은 돌이켜 보면 진심이었다고 쉽게 여길 수 있잖아요. 그들은 쉽게 말할 수 있겠죠. 패배자들에게 너희는 진심이 부족했다고.


 - 사실은, 어제 중요한 시험을 쳤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바라마지 않았던 꿈을 이루기 위한 두 번째 관문이었어요. 진심이었어요. 시험장에 오셨던 다른 분들도 대부분 저처럼 오래전부터 바랐던 꿈이었을 거고 진심이었을 겁니다. 어떤 지원자는 1교시가 시작된 지 20분이 지나서부터 30분 동안 엉엉 울었답니다. 그 진심은 너무 컸고, 제대로 뒤통수를 친 문제를 그만큼 해결할 수 없었기 때문일 거에요. 백 번 동감합니다.


 - 저는, 시험은 무난히 치렀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바닥의 무난함은 곧 낙방을 의미하죠. 공교롭게도, 버스를 타고 꿈의 그곳 앞을 지나게 됐습니다. 그 순간. 부끄럽게도, 또한 당황스럽게도 감정이 복받치면서 그만 눈물을 왈칵 쏟았습니다. 당락은 아직 몰라요. 시험도 망친 수준까진 아니었어요. 하지만, 그 순간 그곳이 왜 그리 아득하고 멀어 보였는지….


 - 조금은 평정심을 되찾은 지금, 다시금 이 문구를 간절히 생각합니다. 여기 왼쪽에 있는 커트 보네것의 <제5도살장>에 나왔던 말이요, 무엇보다 그 '지혜'가 간절한 요즘입니다.



god grant me the serenity to accept the things i cannot change,
courage to change the things i can,
and wisdom always to tell the difference.


하느님, 저에게 허락하소서
내가 바꾸지 못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정심과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와
늘 그 둘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커트 보네것, <제5도살장> 中.

by believeinme | 2007/09/10 00:47 | + 중얼거리는 이야기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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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마르스 at 2007/09/10 02:22
인용구가 요즘 저에게 완전히 와닿네요.
Commented by oo7 at 2007/09/14 08:50
난 아직 믿는데- '진심!'
Commented by m at 2007/09/20 11:35
believe in you!
Commented by believeinme at 2007/10/04 11:29
마르스
너무 와닿아서 울고 싶어요.

oo7
나는 좀 지쳐가나봐.

m
I believed in me but...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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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꾸지 못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정심과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와 늘 그 둘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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